박동규 변호사 US Immigration Law Series
마틴 루서 킹 목사의 수 많은 명 연설 중 백미로 불리는 두 개의 연설이 있다. 첫째는, 1963년 8월 28일, 워싱턴 링컨 기념관 앞에서의 그 유명한 “나는 꿈이 있습니다” 연설이다. 개인적으로 가장 마음에 와 닿는 부분은 “나는 나의 4명의 자녀들이 언젠가는 그들의 피부색으로 판단되지 않고 그들의 인격에 의해 판단되는 나라에서 살게 되리라는 꿈을 가지고 있습니다”라는 구절이다. 이 구절은 ‘아메리칸 드림’을 꿈꾸며 자녀들에게 보다 나은 삶을 주고자 미국에 이민와서 땀 흘려 살아가는 우리 이민자들에게도 특별하고도 가슴 뭉클한 감동을 준다.
작년 여름, 57년전과 같은 날, 같은 장소에서 대규모 시위와 가두행진이 있었다. 이날 집회에는 백인 경찰에 의해 살해된 조지 플로이드의 유가족들과 시민단체 지도자들이 대거 참석했다. 알 샤프턴 목사는 “꿈꾸는 사람을 죽일 수 있지만 꿈을 죽일 수는 없다”고 발언했고 마틴 루서 킹 3세는 “우리는 오늘 나의 아버지가 3대 악으로 꼽았던 인종차별, 가난, 폭력을 극복하기 위해 행진한다”고 역설했다.
둘째는, 1967년 8월 31일, 애틀랜타에서 행한 “미국 사회의 3대악”이라는 연설이다. 그의 연설 중 가장 예언자적이며 혁명적인 연설로 평가되고 있다. “미국의 3대악은 인종차별, 가난, 그리고 전쟁 입니다. 우리는 민권법 통과로 법적인 평등은 얻었지만 진정한 평등은 더많은 노력을 필요로 합니다.”
킹 목사는 스스로 말했듯이 이상주의자인 동시에 현실주의자 였다. 또한 미국 사회 문제의 근원과 본질을 정확히 꿰뚫고 있었다. “한 곳에서의 불의는 모든 곳에서의 정의에 대한 위협이다”라면서 인종차별, 가난, 전쟁의 문제는 구조적으로 깊이 연결되어 있는 하나의 문제라는 것도 간파하고 있었다.
킹 목사는 이 연설에서 “전쟁은 미국 사회의 수구 세력과 군산 복합체 강화에 기여했습니다. 네이팜탄으로 인간을 살상하는 기업, 고아와 과부를 만드는 기업, 증오의 독약을 인류에게 주입하는 기업, 전쟁터에서 부상을 입고 귀향하게 만드는 기업은 지혜, 정의, 사랑과 공존할 수 없습니다. 해마다 국방에 쓰는 돈이 사회적 발전을 위해 쓰는 돈보다 더 많은 이 나라는 영적인 죽음으로 다가가고 있습니다”라고 구약시대의 예언자들 처럼 경고하고 질타했다.
오늘의 현실은 50여 년전 킹 목사가 질타했던 현실과 크게 다르지 않다. 오히려 더 악화된 부분도 있다. 킹 목사가 오늘 미국의 현실을 본다면 뭐라고 하실까?
흑인 조지 플로이드가 백인 경찰에 의해 9분 29초 동안 목이 눌려 살해, 흑인 1000명 중 1명이 경찰폭력에 의해 살해(PNAS), 연방 의사당 무장폭동, 아시안 여성 6명의 혐오범죄 피살, 코로나 이후 아시안 혐오범죄가 1년에 4000여 건 발생(Stop AAPI Hate), 전직 대통령의 이민자 혐오발언과 인종주의적 반 이민정책, 연소득 100만 달러 넘는 최고 부자들만 10년동안 1570억 달러 세금감면(2017 의회 합동조세위 보고서), 백인들의 반에도 못 미치는 흑인들의 주택 소유율(퓨리서치/EPI), 5분의 3밖에 되지 않는 중간 소득, 6.3배나 되는 범죄 살해율, 4~6배인 코로나 팬데믹 사망율, 20년간 아프간 전쟁에서 미군 사망자 약 2500명, 아프간인 약 11만3000명(하버드대 케네디 스쿨), 71년간 아직도 끝나지 않은 한국전쟁, 한국군 군사비 매년 500억 달러(한국 국방부), 주한미군 군사비 매년 20억 달러인 현실(미국 국방부). 미국의 총 국방비가 연간8000억 달러며 세계 2위에서 11위 국가들 총액 보다 많다는 현실(CAP) 등등.
이러한 현실을 앞에 두고, 킹 목사께 “저희가 어디로 가야합니까?”라고 묻는다면 어떤 대답을 주실까? 1967년 연설 “어디로 갈 것인가?(Where Do We Go from Here?)” 에서 보여준 예언자적 경고와 비전을 숙고해 보면 아마도 이렇게 말씀해 주실 것 같다.
“2021년을 살아가는 형제 자매 여러분, 여전히 삶은 힘들고 세상에는 눈물과 갈등과 총성이 멈출 날이 없습니다. 그러나 아직 우리에게 선택의 기회는 남아 있습니다. 비폭력 공존이냐 폭력적 공멸이냐의 선택입니다. 중요한 것은 이것이 우리 인류의 마지막 선택이 될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다시 말하면 온 인류가 파국으로 갈 것이냐 공동체로 갈 것이냐의 선택이자 결단입니다. 우리의 유일한 희망은 우리 자신들입니다. 우리는 굳센 믿음과 창조적 비전과 진정한 혁명적 정신을 갖고 때로는 우리에게 적대적인 세상으로 나아가야 합니다. 우리는 이 사회의 3대악인 차별, 가난, 전쟁이 사라질 때까지 영구히 맞서서 의롭고 선한 싸움을 해야 합니다. 결국 우리는 승리할 것입니다. 결국 우리는 자유를 얻게 될 것입니다. 그것이 바로 궁극적인 ‘사랑의 공동체’가 될 것이며 정의와 평화가 강물처럼 넘치는 ‘하나님의 나라’를 앞당기는 일이 될 것 입니다.”
킹 목사가 탄생시킨 단체이며 ‘킹 목사의 환생’이라 불리는 윌리엄 바 3세 목사가 공동의장으로 있는 ‘가난한
이들의 캠페인’은 최근 제시 잭슨 목사를 비롯한 목회자, 평신도, 활동가, 변호사들과 함께 ‘시민불복종’을
행사하며 다음과 같은 구체적인 목표들을 위해 활동 하고 있다. ①국민참정권 보장법안(HR1) 통과
②1965년 투표권법 수호
③필리버스터제 폐지
④연방 최저임금 인상
⑤포괄적 이민개혁법안 통과. 한인
동포사회도 주류사회 민권단체들과 함께 킹 목사의 꿈과 이민자들의 꿈을 실현하기 위해 보다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연대하길 희망한다.